잡다 정보

[뉴스-펌] 세상은 달라져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고부간의 갈등

바보천사 2009. 4. 21. 11:09

뉴스에서 펀 기사......

어느게 정답이거나 하지는 않는 문제...

그래서 더 해결이 어려운 문제......

=====================================

#김민형(29) 씨 남편은 결혼 전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 어머닌 상식이 통하는 분이시니 걱정마." 김씨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 시어머니가 유독 둘만 남겨지면 꼭 다른 집 며느리와 비교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할 당시의 신부 예단이나 시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 규모 등을 들먹일 때는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없고, 다들 시어머니를 잘 만났다고 말하지만 시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 김씨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요즘 서먹하게 대하는 며느리에게 먼저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이 양희순(67) 씨는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내 시어머니처럼 며느리를 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다짐을 해왔지만 요즘은 후회하고 있다. 처음부터 막나가는 옛날식 시어머니 스타일로 했다면 화를 내고라도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싶다. 그러나 먼저 연락을 안하면 답답한 것이 자신. 지난달 다녀간 이후 통 연락이 없는 며느리에게 오늘도 양씨가 먼저 전화를 한다. 그리고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니?"라고 묻는다.

애초에 '며느리 예뻐하는 시어머니 없다'고 했다. 그래서 '며느리가 미우면 발 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말이 나왔다. '고양이 덕은 알아도 며느리 덕은 모른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새 사람 들어와서 3년 나기 어렵다'는 속담까지 있었을까. 당하는 며느리 입장에서도 이런 시어머니가 반가울 리 없다. '시어머니 웃음은 두고 봐야 한다'고 웃음마저 경계했다. '오래 살면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며 기다리지 말아야 할 것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며느리를 대놓고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시어머니 면전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며느리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일 뿐. 세상은 달라졌고 시대는 변했다. 그러나 시댁은 시댁이고 며느리는 며느리다. 강도와 형태가 변했을 뿐 고부관계는 여전히 갈등의 요소를 끼고 있다. 장남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할 의무는 없어졌지만 육아 등의 이유로 얼굴을 봐야 할 일은 늘었다. 대놓고 얼굴 붉힐 일은 많지 않지만 할 말을 하지 못해 겪어야 하는 속앓이는 더 깊어졌다.

한 결혼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의 결혼 전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고부관계와 결혼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만나 사내 결혼을 한 최민주(32) 씨는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통화할 때마다 "남편 아침밥은 잘 챙겨줬느냐"고 묻는 시어머니가 원망스럽다. 질문엔 대충 얼버무리지만 함께 일하고 같이 퇴근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반복해서 묻는 것이 꼭 강요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기가 밤에 자꾸 잠을 깨고 운다고 시어머니에게 하소연하면 '수고한다' '고생한다'는 말 대신 바로 '우리 아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도 못자고 어떡하니'라며 당신 아들 걱정만 한다"며 "한두 번이면 몰라도 그런 것이 반복되고 쌓이면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을 하면 바로잡고 잘못된 것을 시키면 거부할 줄 아는 신세대 며느리라도 말 한마디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패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성민(27) 씨는 예고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럽다. 이씨는 "결혼 전부터 편안하게 대해줬고 결혼 후에도 딸과 어머니처럼 지내자고 말해왔지만 친정엄마도 이러진 않는다"며 "음식을 해갖고 오시는데 '괜찮다'고 말해도 예의상하는 말로 들으시는지 온갖 생색은 다 내신다"고 말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의 답답함은 며느리 못지않다. 자신의 시집살이를 들먹일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변했고 고부관계의 틀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갖는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우리 식구 같지 않다'는 것과 '며느리가 우리 집안의 법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수십년간 만들어온 질서를 깨버리는 며느리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과 불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최근 두 번째 며느리를 맞은 배송희(59) 씨는 "처음엔 어른을 대하는 태도나 음식 예절을 때문에 애정을 갖고 꾸중도 했지만 그런 뒤엔 태도가 갑자기 쌀쌀 맞아지고 서먹해져서 이젠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속 시원히 할 말을 하고 싶지만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불평을 아들에게 쏟아놓을까봐 참는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들 부부를 위해 손자를 봐주고 있는 박경자(68) 씨도 며느리의 태도에 속이 상하긴 마찬가지. "직장생활이 고된 건 알지만 손자를 데리러 올 때마다 첫마디가 하루종일 고생한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손자를 향한 것"이라며 "요즘은 들어서자마자 '할머니가 잘 해줬어?' '밥은 잘 챙겨줬어?' '할머니랑 둘이서만 놀았니?'라고 묻는 것이 꼭 날 못 믿는 것 같아 얄밉기만 하다"고 말했다.

며느리들의 말과 행동이 거슬리고 기분이 나빠도 함부로 지적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것이 요즘 시어머니.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사회생활과는 차이가 나는 시댁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답답하다. 그러나 서로 겉으로 드러내면서 갈등을 분출시키기보다는 '차라리 말을 말자'라는 태도가 고부 갈등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들고 있다.
실제 부부상담 전문기관 한국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환경은 달라졌지만 고부 갈등의 원인엔 큰 차이가 없다. 우선 고부 간 성장문화와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이 가장 큰 탓이다.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 모르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만난 서로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고 해결책에 있어서도 갈등을 비합리적으로 풀려고 하기 때문에 좋게 결론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

가족문제상담소 관계자는 "전통 사회에서는 시어머니가 만든 질서 속에서 며느리로 생존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 며느리들이 남편에게 의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다"며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사회생활을 하고 독립적인 만큼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만든 질서 속으로 쉽게 편입하려 들려고 하지 않고, 시어머니와 다른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려고 하면서 새로운 고부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잡다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One summer night  (0) 2012.09.18
중고차 살때 주의할 점 및 확인할 점  (0) 2009.04.21
[뉴스-펌] 신(新)고부갈등… 장모 vs 사위  (0) 2009.04.21
I Dreamed a dream..  (0) 2009.04.15
돌 잔치에 쓰면 좋을 문구들..  (0) 2009.04.15